적기/line by line 60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가장 비싼 핸드백을 일률적으로 들고 다닌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저버린다는 의미다. 경제적 풍요가 도리어 최고급 메이커 제품에만 한정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족쇄가 되는 셈이다. 요동하는 시대를 거치면서 부자들은 모두 신흥부자들일 수밖에 없게 된, 이 사회에서 독자적인 미감과 취향을 연마한 세대적 연륜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에게는 이른바 명품 취향이 다른 계층과 서둘러 경계를 긋고자 할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다. .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예술작품을 접하는 일을 삶 속에 끌어들인다. 예술가들은 그들이 인식하건 하지 않건, 숙명적으로 기존 미학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미학의 전선을 구축해 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이 모두 아방가르드일..

적기/line by line 2012.04.06

강운구를 핑계삼다

저는 스스로를 중심으로부터 격리시키려고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보편과 자유는 변두리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중심은 제도권이며 권력입니다. 그것을 관찰하려면 그곳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자유를 누려야 됩니다. 작가의 자유 말입니다. 질서의 틀을 이탈하여 얻는 자유는 제가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를 위한다며 존중해야 할 가치를 배반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멀리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지는 않고, 변두리에서 외톨이로서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런 제가 춥고 배고파 보였으므로 주목하시어 결함투성이의 저를 우정으로 감싸고 이렇게 다독거려 주시는 걸 겁니다. 그 아량에 감격합니다. - 강운구, (강운구를 '핑계 삼으며' 류가헌에 마련한 사진전에서)

적기/line by line 2012.03.14